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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가 슬픈 이유는? 어렸을 적 읽었던 이야기랑 다르잖아? 토요일 오후, 지인을 기다리며 한적한 카페에 들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앉은 테이블 바로 앞에 즐비하게 놓인 책들이 보였다. 그날따라 동심의 마음이 풍만했던 나는, 그중에서도 가 말을 건네는 듯했다.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게 어때'라고. 대답 대신 책을 펼쳤다. 나는 곧 당황했다. 어렸을 적 읽었던 이야기와 발표 당시의 원작 내용은 사뭇 달랐다. 결말에 대한 부분도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명작들이 나오게 된 배경이 작가의 짝사랑 덕분이었다니. , , 세 작품 모두 안데르센이 마음속으로 동경하던 여성에게 쓴 러브레터였다. 진작 알고 계신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이제야 알았다. 안드레센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많은 여성을 사랑했다. 해.. 더보기
우리에게 취미가 꼭 필요한 이유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정신없이 업무를 보고 어둑해진 저녁 공기를 삼키며 집에 돌아오면 하루가 다 지난 느낌이다. 초등학교 시절 학년이 바뀔 때마다 담임선생님은 우리들의 취미 등을 조사해 교실 뒤 게시판에 붙여뒀던 기억이 난다. 나는 만화책, 컴퓨터 게임 등 좋아하는 것이 많았으나 주로 ‘책 읽기’라고 적어내곤 했다. 취미를 뜻하는 영어단어 ‘Hobby’의 어원을 보면, 아이들이 말을 타는 흉내를 내며 놀기 위해 만들어진 양철이나 나무 모양의 말을 ‘Hobby horse’라고 지칭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사전적 의미로 취미는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니 취미를 ‘놀이처럼 할 수 있고 즐거워야 하는 것’ 정도로 정의해도 되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즐거움’ 또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더보기
자기 생각을 만들어내는 도구 4가지 첫 문장이 안 떠오른다. 비상사태다. 이럴 땐 강원국 작가님 책을 펼친다. 그는 말했다. 글 쓰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라고. 써야 할 때 쓰는 사람과 평소 써두는 사람이다. 쓰기 전에 쓸거리가 있는 사람은 여유롭다. 가진 것 중에 무엇을 쓸까 즐긴다. 반대로 써야 할 때 찾기 시작하는 사람은 초조하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즐거움이 아니라 고역이다. 패닉에 빠진다. 평소에 쓴다는 것은 단지 글을 조금씩 쓴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생성, 채집, 축적해두라는 뜻이다. 써놓은 글을 평소에 조금씩 고치는 것도 포함된다. 일상 속에서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의 흐름 안에서 살라는 의미다. 써둔 글이 늘어나면 서로 반응을 일으킨다. 서로 관련 없는 것이 부딪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써둔 글.. 더보기
내 무능을 직시해야 유능해진다 2019년 8월 20일 밤 10시 45분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자 익숙한 어둠이 나를 반겼다. 어둠이 익숙한 날이면, 도통 잠들지 못한다. 이런 날에는 산책 겸 조깅이 적당하다. 편한 복장으로 환복 후, 몸을 풀었다. 이제 신나는 음악만 남았다. 에어팟 너머로, 비트가 쏟아진다. 매 시즌 때마다 챙겨보는 '쇼미더머니’ 시즌8. 도전자들의 랩을 들으며 경쾌하게 뛰었다. 그중에서도 윤훼이라는 여성 래퍼가 인상 깊었다. 목소리도 좋고. 나도 랩 가사 한번 써볼까, 하다 그냥 계속 뛰었다. 30분쯤 지났을까. 몸에서 땀과 열이 사이좋게 피어올랐다. 그러다 문득, '무능'이란 단어가 머릿속을 스쳤다. 어떤 일을 감당하거나 해결해 내는 힘이 없음을 뜻하는, 익숙한 단어였다. 발걸음을 멈.. 더보기
땀 흘리는 사람은 썩지 않는다 만남의 순간 어젯밤이었다. 저 멀리서 전력을 다해 뛰어오는 후배가 보였다. 늘 그랬다. 분주하고 바빴다. “오랜만이에요.” 예전과 같은 미소였다. 우린, 2년 만이다. 후배는 이십 대의 절반을 지나고 있었다.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휴학 후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9월이면 2학년 2학기로 복학한다. 나는 물었다. “요즘 어때?” 그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동시에 반드시 해야 될 일도 많았다. 덕분에 잠깐이지만, 우선순위를 바꿨을 뿐이라고 고백했다. 할머니와 둘이서 생활하는 그는, 어린 가장이었다. 오전 10시부터 밤 8시까지, 쉬지 않고 일한다. 땀이 많은데 손수건으로 매번 해결하기가 불편해서, 양쪽에 팔토시를 꼈다. 집으로 돌아올 때면, 하얀 소금기가 배어있.. 더보기
도전하는 자의 시그널, 슬럼프 살면서 한계를 인식하는 순간이 온다면 제대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살면서 한계를 경험한 적이 없다는 것은 한계에 도달할 만큼 노력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계를 맞닥뜨리는 것은 내 좁은 테두리를 넓힐 기회를 쥐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한계 앞에 설 때마다 나는 아프도록 기쁠 뿐이다. 위서현 『뜨거운 위로 한 그릇』 온종일 글감이 맴돈다. 이것저것 쓰고 싶은 것들이 꿈틀거린다. 운전을 하면서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머릿속에 무언갈 쓰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짬을 내 강연을 봐도 시선에 잡히고 귀에 들리는 것 은 ‘글’이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 덕분인지 모르겠다. 어제 순천을 방문했다. 오랜만이었다. 그리웠던 분들을 만났고, 함께 밥도 먹고 커피도 마셨다. 한참을 웃고 떠들었다. 중간.. 더보기
우리에게 아지트가 필요한 이유 (유일한 일상) 마음이 허기진 시절이었다. 굶주림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몰라 방황했고, 전공과목은 흥미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무료한 일상의 반복이었다. 집이 불편했던 것은 아니지만, 또 다른 장소나 공간이 필요했다. 긴 시간을 머물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충분히 사색에 잠겨 있을 수 있는 아지트가 내겐 필요했다. 간절한 덕이었을까, 그곳을 발견했다. 마산 석전2동 257-1 석전시장 2층 헌책방. 외부 창가 모퉁이에는 흔한 간판 대신 붓글씨로 ‘영록 서점’이라 씌어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오래된 책 특유의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대낮이었지만 어둡고 침침했다. LP판을 통해 전달되는 김광석의 목소리는 감성을 자극했다. 눈앞에 펼쳐지는 수만 권의 책은 스스로 길을 내고 골목을 형성했다. 경이로웠다. 감격에 빠져 있는.. 더보기
산문집 <유일한 일상> 작가의 말 『유일한 일상』1부 : 유일한 일상 작가의 말 제 이야기를 썼습니다. 일상에서 마주친 장면과 문장, 사람을 썼습니다. 해야 하는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부끄러움도 모르고 썼습니다. 목차를 구상하고, 제목을 짓고, 문장을 다듬다가, 가슴이 서늘해졌습니다. 세상에 나올 책은 어떤 얼굴로 태어나 어떻게 살아갈까. 짐작조차 할 수 없어 때때로 두려웠습니다. '작가의 말'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마음은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글 쓰는 삶과 책 출간까지 이르게 된 계기는 딱 하나였습니다. 제 글을 읽는 독자가 "내 이야기를 써주신 것 같아서, 좋았다."라는 소감을 말할 때였습니다. 무명작가에게 그런 독자는 계속 쓰는 힘과 용기를 줬습니다.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산문..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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