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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택쥐페리 <야간 비행>을 읽고 2015년 7월 20일 월요일. 광주 영풍문고. 나는 그곳에서 방황했다. 책을 만지작거리다 제자리에 놓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성실한 남자 직원이 내 곁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뭐 찾으시는 책 있으세요?”라고 물었다. 나는 당황하지 않은 척하며 “아뇨, 제가 찾을게요.”라고 말했다. 방황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서점은 왔는데 읽을 만한 책이 없다. 평소 베스트셀러부터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하게 읽는 내 독서 취향을 고려해 봐도 그날은 심각할 정도로 마음에 차는 책이 없었다. 그냥 갈까하다가 문득 하나의 질문이 머리를 스쳤다. ‘처음 책 한 권을 온전하게 읽었던 적이 언제였던가?’ ‘나의 삶에 있어 책의 원점은?’ 물음과 함께 기억을 더듬었다. 곧 미세한 추억 속에서 한 사람의.. 더보기
서울의 달 그리고 전투 모드 서울의 달과 마주한 지 어느덧 7일째다. 매일이 새롭다. 도전이고 전투이며 긴장의 나날들이다.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뜨거운 가슴으로 발걸음을 늦추지 않겠다. 혼자 살다 보니 과거에 드러나지 않았던 나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다. 집안 청소부터 빨래, 심지어는 요리(거창하게 말하지만 라면)까지 하고 있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 모습을 어머니가 지켜본다면 당황하실 게 분명하다. 집에서는 전혀 그런 적이 없었으니까. 생활패턴도 단조롭다. 회사, 집, 도서관. 세 단계 사이클로 돌아간다. 매일 주어지는 과제와 곧 있을 시험 그리고 팀 프로젝트까지. 분주한 나날들이다. 고단하지만 도전할 수 있어 감사하다. 또한 행복한 마음이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청춘의 패배다.'라는 스승의 마음을 다시.. 더보기
마지막 라디오 방송 이번 주가 마지막이구나. 2013년 8월부터 시작해 2015년 4월까지. 매주 설레고 감사한 마음으로 임했던 라디오 방송.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어있으니, 괜히 마음 한구석에 허전함이 밀려온다. 처음 녹음하던 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원고를 읽어나갔던 추억. 첫날의 떨림이 선명한 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마지막 방송이라니. 이번 주 방송의 주제는 '세월호 1주기'. 의미 있는 내용으로 갈무리할 수 있어서 좋다. 더는 방송에서 내 목소리가 들리진 않겠지만, 훨씬 침착하고 멋진 김주일 간사님이 대신해 주시기에 조금은 안심된다. 내 생애 언제 또 라디오 방송을 할 수 있으려나. 하하. 더보기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살아남기 작년 세월호와 관련해서 내가 쓴 짧은 글이 경남도민일보 지면에 실렸다. 알 수 없는 무력감으로 썼던 짧은 다짐. 어느 덧 시간이 흘러 1년하고도 4일이 지났다. 스스로에게 자문해본다. 그들을 향해 외쳤던 결의를 잊지 않고 있는가.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더보기
'가난을 증명해야 밥을 준다' 경상남도 무상급식 중단 MBC경남 열려라 라디오 주제 : 경상남도 유상급식으로 전환 -문현숙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 사무총장 인터뷰- 방송시간 : MBC 경남 표준 FM / 일요일 오전 08:30 - 09:00 / 주파수 98.9MHz 4/5(일) 방송으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함께하는 교육시간입니다. 2010년도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이 우리 아이들의 밥을 무상으로 제공했는데요. 작년 홍준표도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선언으로 4월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남만 유상급식으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학부모들의 저항이 경남전역에서 줄기차게 일어나고 있는데요. 오늘은 문현숙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 사무총장님을 모시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4월부터 경남만 유상급식으로 전환이 되는 되요. 무상급식에서 유상급식으로 .. 더보기
'바쁘다'라는 말의 의미 ‘바쁘다’라는 말의 의미. 일반적으로 바쁘다는 말은 ‘일이 많거나 급해서 분주하고 겨를이 없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 내 귀에는 ‘바쁘다’라는 말이 다르게 들린다. ‘여유가 없다’ 혹은 ‘너와 대화를 시간이 없다’ 정도로 말이다. 스무 살이 막 됐을 무렵, 나는 바쁜 삶을 동경했다. 무기력하게 있는 것보다 분주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어른들의 모습은 내 눈에 멋져 보였다. 그래서 일기장에 ‘20대, 그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가는 인생을’이라고 적었다. 누가 그랬던가. 생각하고 소망하는 대로 인생은 흘러간다고. 낡은 일기장에 써놓은 대로 나는 나름대로 무심하게 바빴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사랑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술을 마시고 봉사활동을 하고 여행을 떠났다. 심지어 댄스 동아리에 몸을 맡기기도 했다. .. 더보기
1. 알람시간은 분명 새벽 5시 30분이었다. 그런데 맞춰놓은 시간보다 1시간 일찍 진동소리가 울렸다. 졸린 눈을 비비며 K는 머리맡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자다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밝은 화면은 눈을 아프게 했다.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눈에 힘을 주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사랑하는 그녀, A로부터 온 문자였다.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이지' 졸던 눈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하며 A의 메시지를 선택했다. 짧은 한 문장이 K의 시선으로 들어왔다. '우리 그만 헤어지자.' 볼을 꼬집었다. 꿈일꺼라 생각했다. 꼬집었던 볼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서서히 온 몸으로 알 수 없는 무기력함이 몰려왔다. 그녀에게 전활 걸었다. 수화기 넘어로 음성메시지 안내 멘트가 들려온다. 몇 번이고 전화해도 .. 더보기
밤을 새도 행복하다면 ​ 또 하루 저물어 간다. 침대에 누웠는데 온 몸이 쑤신다(노동을 한 것도 아닌데). 잠들기 전 머리맡에 잡히는 책들을 이리저리 읽는다. 카프카를 읽고 김수영님을 읽는다. 음, 그래도 쉽게 잠들지 못한다. 그러다 내 시선에 들어오는 글귀 하나를 발견했다. 좋다. 눈 깜고 곱씹으면서 조심스레 잠들어야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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