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SMALL

송보현

생택쥐페리 <야간 비행>을 읽고 2015년 7월 20일 월요일. 광주 영풍문고. 나는 그곳에서 방황했다. 책을 만지작거리다 제자리에 놓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성실한 남자 직원이 내 곁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뭐 찾으시는 책 있으세요?”라고 물었다. 나는 당황하지 않은 척하며 “아뇨, 제가 찾을게요.”라고 말했다. 방황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서점은 왔는데 읽을 만한 책이 없다. 평소 베스트셀러부터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하게 읽는 내 독서 취향을 고려해 봐도 그날은 심각할 정도로 마음에 차는 책이 없었다. 그냥 갈까하다가 문득 하나의 질문이 머리를 스쳤다. ‘처음 책 한 권을 온전하게 읽었던 적이 언제였던가?’ ‘나의 삶에 있어 책의 원점은?’ 물음과 함께 기억을 더듬었다. 곧 미세한 추억 속에서 한 사람의.. 더보기
서울의 달 그리고 전투 모드 서울의 달과 마주한 지 어느덧 7일째다. 매일이 새롭다. 도전이고 전투이며 긴장의 나날들이다.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뜨거운 가슴으로 발걸음을 늦추지 않겠다. 혼자 살다 보니 과거에 드러나지 않았던 나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다. 집안 청소부터 빨래, 심지어는 요리(거창하게 말하지만 라면)까지 하고 있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 모습을 어머니가 지켜본다면 당황하실 게 분명하다. 집에서는 전혀 그런 적이 없었으니까. 생활패턴도 단조롭다. 회사, 집, 도서관. 세 단계 사이클로 돌아간다. 매일 주어지는 과제와 곧 있을 시험 그리고 팀 프로젝트까지. 분주한 나날들이다. 고단하지만 도전할 수 있어 감사하다. 또한 행복한 마음이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청춘의 패배다.'라는 스승의 마음을 다시.. 더보기
마지막 라디오 방송 이번 주가 마지막이구나. 2013년 8월부터 시작해 2015년 4월까지. 매주 설레고 감사한 마음으로 임했던 라디오 방송.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어있으니, 괜히 마음 한구석에 허전함이 밀려온다. 처음 녹음하던 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원고를 읽어나갔던 추억. 첫날의 떨림이 선명한 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마지막 방송이라니. 이번 주 방송의 주제는 '세월호 1주기'. 의미 있는 내용으로 갈무리할 수 있어서 좋다. 더는 방송에서 내 목소리가 들리진 않겠지만, 훨씬 침착하고 멋진 김주일 간사님이 대신해 주시기에 조금은 안심된다. 내 생애 언제 또 라디오 방송을 할 수 있으려나. 하하. 더보기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살아남기 작년 세월호와 관련해서 내가 쓴 짧은 글이 경남도민일보 지면에 실렸다. 알 수 없는 무력감으로 썼던 짧은 다짐. 어느 덧 시간이 흘러 1년하고도 4일이 지났다. 스스로에게 자문해본다. 그들을 향해 외쳤던 결의를 잊지 않고 있는가.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더보기
귀염둥이 찬혁이와 데이트 지난 주말, 찬혁이(사촌 동생)과 오랜만에 데이트를 했다. 원래는 초등학교 봄 방학이 끝나기 전에 만나기로 약속했으나 개인적으로 바쁜 일이 겹쳐 미루고 미루다 지난 주말에 보게 된 것이다. "뭐 먹으러 갈래?"라고 물었더니 "형이랑 먹는 거면 다 좋아."라고 답한다. 짜식이 형의 진가를 아는구나. 흡족한 마음으로 피자집을 찾았다. 제일 맛있어 보이는 피자를 주문하고, 남자 둘이서 폭풍 수다를 나눴다. 4학년으로 올라가는 찬혁이는 이번에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봉사위원이 되었다고 말했다(나중에 이모에게 들어보니 요즘은 반장을 봉사위원이라 부른다고 한다). 나는 궁금해서 물었다. "봉사위원이 뭐하는 건데?" 잠시 멈칫거리던 찬혁이는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청소도 열심히 하고... 그냥 반에서 제일 고.. 더보기
기자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기자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것은 시민기자가 되어 첫 취재를 갔던 2013년 12월이었다. 11년째 창원 상남동 유흥가 빌딩에서 새벽5시부터 오후 늦게까지 일하시는 71세 할머니셨다. 애당초 나는 취재방향을 ‘박근혜 대통령의 노인복지정책’을 염두에 두고 이었다. 여러 명의 어르신을 취재하고 할머니가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취재할수록 방향은 딴 곳으로 향했다. 할머니의 삶을 읽을수록 그 삶에 대한 이야기를 더 쓰고 싶었다. 발로 뛰어 조사한 자료는 필요 없는 서류 더미로 보였다. 고심 끝에 취재했던 것을 정리하고, 할머니의 삶을 기사로 녹였다. 기사를 검토한 신문사 데스크는‘인간극장 같다’고 평했다. 결국 어느 곳에도 실리지 못했다. 속상했다. 할머니의 삶을 많은 사람.. 더보기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