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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모든 것

우리에게 취미가 꼭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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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정신없이 업무를 보고 어둑해진 저녁 공기를 삼키며 집에 돌아오면 하루가 다 지난 느낌이다.


초등학교 시절 학년이 바뀔 때마다 담임선생님은 우리들의 취미 등을 조사해 교실 뒤 게시판에 붙여뒀던 기억이 난다. 나는 만화책, 컴퓨터 게임 등 좋아하는 것이 많았으나 주로 ‘책 읽기’라고 적어내곤 했다.


취미를 뜻하는 영어단어 ‘Hobby’의 어원을 보면, 아이들이 말을 타는 흉내를 내며 놀기 위해 만들어진 양철이나 나무 모양의 말을 ‘Hobby horse’라고 지칭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사전적 의미로 취미는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니 취미를 ‘놀이처럼 할 수 있고 즐거워야 하는 것’ 정도로 정의해도 되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즐거움’ 또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글쓰기 모임 진행 후 먹방


뇌과학적으로 인간이 어떤 일에 재미를 느껴 그 행위를 반복하려면, 아주 작은 변화라도 성장이 느껴질 때라고 한다. 반복적인 단순작업이라도 그 안에서 성장이 있을 때, 희열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모아서 그것이 차곡차곡 쌓일 때, 한 장 한 장 넘기다 어느새 한 권 두 권 쌓일 때, 매일 연습을 해서 점점 기록이 좋아질 때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그것이 결국 취미로 고착된다는 것이다.


취미는 그 사람이 어떤 일에 즐거움을 느끼는지 알게 해주는 또 다른 정체성이다. 덕분에 자기소개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최근에 나의 취미를 묻는 공란에 ‘글쓰기’라고 채웠다. 기록하는 것이 좋아 써 두었던 소소한 글들이 한 편 두 편 쌓이는 것을 보면서 재미를 느꼈나 보다.


우리의 단조로운 일상에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취미는 없을까?


최근 몇 년 사이 독특한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브라운 칼라'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했다. 브라운 칼라란 블루칼라의 노동에 화이트칼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한 계층을 뜻한다. 청년 목수나 바리스타, 인력거꾼 등이 대표적인 예다.

취미활동 분야가 세분화된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개인방송(MCN)을 운영하거나 드론을 날리는 새로운 취미들도 생겨났다.

 

 

심지어 취미가 없는 사람들에게 취미 아이템을 골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국내 한 스타트업 '하비인더박스'(대표 조유진)는 그림 그리기, 공방 재료 등 매번 다른 취미 아이템을 선별해 정기 배송해주고 있다.


조유진 대표는 “취미는 간편하게 또 성별, 나이에 구애받지 않게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직장인 시절 체력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 취미를 즐기지 못한 기억을 떠올렸다. 그 덕분에 보다 간편하게 취미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지금 회사를 창업하게 됐다.

 


“취미는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그 길이 재미있고 즐겁도록 동반자가 돼 전심전력으로 돕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에는 재테크와 연계된 취미도 주목받는다. 레고 수집과 곤충 키우기가 대표적인데, 영국에서는 레고 재테크의 수익률이 금 투자 수익률을 넘어선 적도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나 홀로 즐길 수 있는 취미 아이템 역시 인기다. '컬러링북'과 '명화 따라 그릭' 키트, 프랑스식 자수 '태딩레이스'등은 싱글족들의 취미 아이템으로 급부상 중이다.
 
취미 있는 인생


50년간 글쓰기를 업(業)으로 삼아온 일흔다섯 살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는 복싱선수 같은 근육질 몸을 자랑한다. 집 한구석에 놓은 커다란 샌드백에 주먹을 날리는 취미가 있다. 그는 자기만의 세계에 잠겨 있다가 때로 반응이 있는 상대가 그리울 때 샌드백을 주먹으로 두드린다. 때리는 대로 움직이는 이 착한 친구는 쓸데없이 입을 놀리지도 않고, 아무리 험하게 다뤄도 불평하지 않는다.

일도 중요하지만 삶의 질이란 일하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 마루야마는 낚시·영화·음악·오토바이·자동차 같은 취미 생활에서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은 때로 위악적이다.

 

"음악 한가운데에 있게 되면 고독한 작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사라져 일이 아주 순조롭게 된다. 젖소에게 음악을 들려주면 우유가 잘 나온다든지, 닭에게 들려주면 달걀을 많이 낳는다든지 하는 말이 있는데, 나도 소나 닭 같아서일까."


그러나 취미는 본업이 있기에 더 빛난다. "오토바이에서도 낚시에서도 떠나 나는 본격적으로 소설을 위한 생활로 전환했다." 마루야마는 중얼거린다. "역시 소설 쪽이 재미있어."

 


참고자료 : 미루야마 겐지 [취미 있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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