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의 발견

기자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728x90
BIG

 기자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것은 시민기자가 되어 첫 취재를 갔던 201312월이었다.

 11년째 창원 상남동 유흥가 빌딩에서 새벽5시부터 오후 늦게까지 일하시는 71세 할머니셨. 애당초 나는 취재방향을 ‘박근혜 대통령의 노인복지정책’을 염두에 두고 이었다. 여러 명의 어르신을 취재하고 할머니가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취재할수록 방향은 딴 곳으로 향했다. 할머니의 삶을 읽을수록 그 삶에 대한 이야기를 더 쓰고 싶었다. 발로 뛰어 조사한 자료는 필요 없는 서류 더미로 보였다. 고심 끝에 취재했던 것을 정리하고, 할머니의 삶을 기사로 녹였다.

 기사를 검토한 신문사 데스크는‘인간극장 같다’고 평했다. 결국 어느 곳에도 실리지 못했다. 속상했다. 할머니의 삶을 많은 사람에게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만 같았다.

 며칠이 흘렀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수화기 넘어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취재원 할머니의 막내아들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할머니 휴대폰에 ‘진짜 기자’라고 저장된 번호로 연락했다고. 그 순간 마지막 취재 날이 떠올랐다.

 마지막 날 할머니가 내게 물었다. “기자 몇 년 했어요?, “아 지금은 00 신문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어요. 아직 정식기자는 아니에요.”물끄러미 내 얼굴을 쳐다보던 할머니가 말했다.“좋은 사람이 돼요. 그럼 좋은 기자가 될 테니까. 나한테는 이미 진짜 기자다”

 평생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면 나는 ‘좋은’기자, ‘진짜’기자가 되어있을 테니까.

 

728x90
LIST

'생활의 발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쁘다'라는 말의 의미  (2) 2015.04.02
밤을 새도 행복하다면  (0) 2015.03.15
'광수짱'의 깜짝 이벤트  (2) 2015.03.10
귀염둥이 찬혁이와 데이트  (2) 2015.03.09
그 사람의 죽음은 무엇이었나?  (0) 201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