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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태신해안로 125 2층에 위치한 푸근한 곰아저씨 책방. 불쑥 찾아온 내게 그는 아낌없이 자신과 책방의 이야기를 전해줬다. (2023.01.09) 고백해야겠다. 브런치에 쓰는 글 대부분은 초고다. 며칠을 앓아가며 쓰는 일은 없다. 글쓰기 버튼을 클릭한 순간부터 한 호흡으로 쭉 써 내려간다. 몇 번 훑어보고 맞춤법 검사기를 돌린다. 큰 이상이 없으면 발행버튼을 누르는데, 그제야 미처 확인하지 못한 오탈자가 눈에 띈다. 다른 분들이 보기 전에 서둘러 수정까지 마치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 밖에도 작가의 서랍에 쌓아둔 글이 가득하다. 단어나 몇 문장만 끄적인 것도 있고, 달랑 사진 한 장만 저장해 둔 것도 있다. 아이폰 메모장과 음성메모에는 내가 아니면 알 수 없는 흔적들이 넘친다. 언.. 더보기
우리는 모든 책으로 낼만한 인생을 살고 있다 오늘 하루에만 세 가지 제안을 받았다. 신문사와 잡지사 그리고 제주도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창업한 여행 콘텐츠 스타트업이었다. 제안 내용은 원고 청탁이었다. 주제와 핵심 키워드를 정해준 곳도 있고 반대로 내가 알아서 아이템을 정해 연재물을 기획해보라는 형태도 있었다. 원고료도 적지 않았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며 세부적인 내용은 다음 주부터 협의하기로 했다. 2023년 1월 6일을 기준으로 원고 마감이 정해져 있는 글은 총 10편이다. 작년부터 늘기 시작했다. 분량이 보통 원고지 7~10매 정도다. 매체마다 결이 달라서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중에는 원고료 없이 기고만을 바라는 곳도 있다.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수락했다. 적은 금액이라도 수익을 창출하면 좋겠지만, 어떻게 인연이 되어 기회가 닿을.. 더보기
"해방클럽 언제 문 열어요?" (책방 이야기) 2022년 7월 심야책방 해방클럽의 문을 열었다. 낯선 이들과 한자리에 모였다. 각자 챙겨 온 책을 읽었다. 페이지를 넘기며 시원한 맥주나 커피, 물을 마셨다. 직접 선곡한 음악들이 차례대로 흘러나왔다. 밤 10시가 넘어서는 읽었던 책과 밑줄 그은 문장을 소개했다. 컨디션이 좋거나 반대로 마음이 고단한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도 풀어냈다. "작가님, 해방클럽 언제 문 열어요?" 단골손님 K. 그는 바쁜 일상으로 글쓰기도 게을러졌다는 근황을 전하며 내게 물었다. 반가운 마음을 담아 짧은 안부를 전하며 책방 소식을 알려줬다. 설날이 지나고 돌아오는 금요일에는 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K님 뿐만 아니라 한 번이라도 해방클럽을 방문한 분들은 운영 소식을 종종 묻는다. 가끔 어떤 계기로 책방을 열게 되었는지 .. 더보기
나의 첫 독자, 곽동윤 친구 곽유찬을 기억한다. 그는 수줍음이 많았다. 어렸을 적부터 몸이 약해 조금만 움직여도 호흡이 가빠지고 식은땀을 흘렸다. 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학창 시절이었겠지. 고향인 경남 고성군은 산과 들로 이뤄진 시골이라 적막하다고 자주 내게 말했다. 나와의 인연은 스무 살 때였다. 대학에서 같은 과로 만났다. 딱 봐도 힘없이 비틀거리는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걱정 어린 시선과 동시에 이유는 알 순 없지만 경멸하는 눈빛을 보냈다. 점심 때는 소리소문 없이 혼자 식사를 해결하고 돌아오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먼저 말을 걸었다. 마치 마음에 드는 이성친구에게 말하듯이 다감하게 "우리, 짜장면 먹을래?"라고 말했다. 그는 눈빛을 초롱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이좋게 짜장면과 단무지를 나눠.. 더보기
아버지와 샌드위치 (유일한 일상) 지난주였다. 순천에서 일정을 마치고 광주로 향하는 길이었다. 시간은 어느덧 밤 열한 시가 훌쩍 넘었다.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때였다. 아버지의 메시지 한통. 놀란 마음에 차를 잠시 세워두고 전화를 걸었다. 집에서 이동하다가 다리를 접질렸는데, 넘어지면서 사고가 난 것이었다. 그래도 뼈가 부러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다음 날 오전 병원에서 재검사를 해보니, 금이 아니라 골절이라고 했고 곧장 수술로 이어졌다. 잘 마무리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 그렇게 나는 수술을 마친 어머니를 5일 만에 마주했다. 나를 보더니 퉁명스러운 말투로 멀리서 왜 왔냐고, 걱정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아들놈을 오랜만에 봐도 좋으신 듯했다. 염려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 보여서 안심했다. 집으.. 더보기
복싱을 시작한 이유 내가 복싱을 시작한 이유 (brunch.co.kr) 내가 복싱을 시작한 이유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지 않는 삶을 위해서 | 복싱 : 사각의 링 안에서 두 선수가 글로브를 착용하고 싸우는 스포츠이다. 레슬링과 함께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종목이다. 서로 공평한 상황에 brunch.co.kr 복싱 : 사각의 링 안에서 두 선수가 글로브를 착용하고 싸우는 스포츠이다. 레슬링과 함께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종목이다. 서로 공평한 상황에서 싸울 수 있도록 체중별로 여러 체급으로 나눠져 있다. 흔히 우리말로는 권투라고도 하지만 아마추어리즘을 고수하기 위하여 복싱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5명의 심판이 채점을 하여 점수가 높은 선수가 이기는 방식이다. 주변 지인들에게 자주 듣는 소리다. 복싱을 시작한 지 두 달째다.. 더보기
내 무능을 직시해야 유능해진다 2019년 8월 20일 밤 10시 45분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자 익숙한 어둠이 나를 반겼다. 어둠이 익숙한 날이면, 도통 잠들지 못한다. 이런 날에는 산책 겸 조깅이 적당하다. 편한 복장으로 환복 후, 몸을 풀었다. 이제 신나는 음악만 남았다. 에어팟 너머로, 비트가 쏟아진다. 매 시즌 때마다 챙겨보는 '쇼미더머니’ 시즌8. 도전자들의 랩을 들으며 경쾌하게 뛰었다. 그중에서도 윤훼이라는 여성 래퍼가 인상 깊었다. 목소리도 좋고. 나도 랩 가사 한번 써볼까, 하다 그냥 계속 뛰었다. 30분쯤 지났을까. 몸에서 땀과 열이 사이좋게 피어올랐다. 그러다 문득, '무능'이란 단어가 머릿속을 스쳤다. 어떤 일을 감당하거나 해결해 내는 힘이 없음을 뜻하는, 익숙한 단어였다. 발걸음을 멈.. 더보기
취미는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취미는 좋아서 즐겨하는 일이다. 다감한 위키백과는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인간이 금전이 아닌 기쁨을 얻기 위해 하는 활동.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로써 일반적으로 여가에 즐길 수 있는 정기적인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취미에 아주 열심인 사람은 호비스트(hobbyist)라고 부른다. 취미를 뜻하는 영어단어 'Hobby'의 어원을 살펴봤다. 아이들이 말을 타는 흉내를 내며 놀기 위해 만들어진 양철이나 나무 모양의 말을 'Hobby horse'라고 지칭하는데 유래되었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취미는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은 의미를 지닌 단어임을 알 수 있다. 문득 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어쩌면 취미는 그 사람이 어떤 일에 즐거움을 느끼는지 알게 해주는 또 다른 정체성이지 않을까..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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