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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귀염둥이 찬혁이와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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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찬혁이(사촌 동생)과 오랜만에 데이트를 했다. 원래는 초등학교 봄 방학이 끝나기 전에 만나기로 약속했으나 개인적으로 바쁜 일이 겹쳐 미루고 미루다 지난 주말에 보게 된 것이다.

 

"뭐 먹으러 갈래?"라고 물었더니 "형이랑 먹는 거면 다 좋아."라고 답한다. 짜식이 형의 진가를 아는구나. 흡족한 마음으로 피자집을 찾았다.

 

제일 맛있어 보이는 피자를 주문하고, 남자 둘이서 폭풍 수다를 나눴다. 4학년으로 올라가는 찬혁이는 이번에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봉사위원이 되었다고 말했다(나중에 이모에게 들어보니 요즘은 반장을 봉사위원이라 부른다고 한다). 나는 궁금해서 물었다. "봉사위원이 뭐하는 건데?" 잠시 멈칫거리던 찬혁이는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청소도 열심히 하고... 그냥 반에서 제일 고생하는 사람이라는데?"라고 말했다.

 

이어 '사랑'에 대한 관심은 없는지 물었더니 단호하게 "NO!"라고 말했다. 이상했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좋아하는 이성 친구에게 편지를 쓰거나 장미꽃 한 송이도 건네고 했는데. 찬혁이는 '이성' 혹은 '좋아하는 친구'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짜식. 아직 진정한 남자가 되기엔 멀었구먼. 하하.

 

피자가 나올 때쯤에는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대화의 주제가 옮겨졌다. "형, 할아버지가 이번 설날에 나보고 경찰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 그래서 고민 중이야."라고 말했다. 사실 찬혁이는 몇 년 동안 줄기차게 '로봇 공학박사'가 꿈이고 그런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공학박사도 하고 싶긴 한데, 경찰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

 

나는 숨을 고르고 답하기 시작했다. "일단 찬혁이가 벌써 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참 멋있다. 일단 혁이가 어른이 되기까지는 앞으로 제법 긴 시간이 남았으니까, 그때까지 '꼭 이것만 해야지!'라고 정하기 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진짜 찬혁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했으면 좋겠어."

 

찬혁이는 "응. 알겠어. 맞는 말이네. 지금은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아. 뭔가 해볼게!"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학교생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오고 갔다. 찬혁이와 대화하면서 무언가 배우는 느낌이다.

 

어느새 몸도 마음도 단단하게 성장하고 있는 녀석을 보니 가슴이 뜨겁다. 찬혁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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