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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해방클럽 언제 문 열어요?" (책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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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심야책방 해방클럽의 문을 열었다. 낯선 이들과 한자리에 모였다. 각자 챙겨 온 책을 읽었다. 페이지를 넘기며 시원한 맥주나 커피, 물을 마셨다. 직접 선곡한 음악들이 차례대로 흘러나왔다. 밤 10시가 넘어서는 읽었던 책과 밑줄 그은 문장을 소개했다. 컨디션이 좋거나 반대로 마음이 고단한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도 풀어냈다.  

 

 

"작가님, 해방클럽 언제 문 열어요?"

 

단골손님 K. 그는 바쁜 일상으로 글쓰기도 게을러졌다는 근황을 전하며 내게 물었다. 반가운 마음을 담아 짧은 안부를 전하며 책방 소식을 알려줬다. 설날이 지나고 돌아오는 금요일에는 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K님 뿐만 아니라 한 번이라도 해방클럽을 방문한 분들은 운영 소식을 종종 묻는다. 가끔 어떤 계기로 책방을 열게 되었는지 묻는 질문도 받았다. 

 

그때 나는 왜 책방을 열었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스스로에게 위로가 필요했다. 숨이 막혀서 제대로 호흡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운 날이 이어졌다. 잠깐이라도 벗어나고 싶었다. 조용하고 낯선 공간에서 근심을 걷어내고 읽고 싶은 책에 빠지고 싶었다. 이왕이면 좋아하는 음악과 시원한 맥주도 함께. 그런 상상으로 주변을 살펴봤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더 길어지면 마음이 더 위태로울 것 같았다. 며칠 고민하다가 결심했다. "없으면 직접 만들지 뭐." 

 

운영 시간은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100% 사전 예약제. 나처럼 짧은 해방을 원하는 이들이 있다면 함께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혹여나 단 한 사람만 신청하더라도 그와 늦은 밤까지 책과 맥주를 마시며 삶을 나누고 싶었다. 그런 상상 덕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혼자 웃었다. 

 

해방클럽 첫 번째 밤

 

 

광고 없이 블로그에 조용히 모집글을 썼다. 며칠이 흘러 신청 목록을 확인하는데 눈을 의심했다. 어떻게 찾아오셨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분들이 참여를 희망했다. 정확히 서른 세명이었는데 사연도 다양했다. 

 

'어학원을 운영하는 50대 아저씹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밤 12시가 넘어서 좋아하는 책도 못 읽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취업준비생입니다. 책을 좋아하지만 혼자 읽기는 허전했는데, 함께 하고 싶습니다.' '여름방학 때 숙제 말곤 할 게 없는 고등학생입니다. 일기에 쓸만한 이야기를 찾고 있었는데 지원합니다.' '저는 책 보다 술을 좋아합니다. 맥주는 종류별로 다 있나요?'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그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퇴근하고 곧장 준비하느라 정신없었지만, 행복했다. 그저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장면을 눈앞에 목도하는 기분이랄까? 매달 수고로움은 많았지만 얻는 성취감이 컸다. 글감도 차고 넘쳤다. 참석한 한 분 한 분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꿈틀거렸다. 앙드레 지드의 문장이 떠올랐다. 

 

쓰여져야 할 모든 이야기들은 이미 다 쓰여졌다.

하지만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았기에 그 모든 것은 다시 쓰여져야 한다.

두 번째 밤, 순천에서 개짱이 작가님이 오셨다. 무척 어색하고, 좋았다. 서로 연예인 바라보듯... 

 


 

책방에 대한 고민이 많다. 운영 형태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매번 장소를 섭외하는 일부터 다양한 한계가 실제로 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지켜내고 싶다. 한 작가님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해보면 어떻냐는 제안도 주셨다. 온라인으로 할 경우, 그 시간대에 함께 접속해 책을 읽고 낭독회를 진행하는 포맷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해방클럽을 오래오래 유지하고 싶다. 

 

뭔가, 오늘 이야기의 마지막은 넋두리처럼 끝맺는다.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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