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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아버지와 샌드위치 (유일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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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였다. 순천에서 일정을 마치고 광주로 향하는 길이었다. 시간은 어느덧 밤 열한 시가 훌쩍 넘었다.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때였다. 아버지의 메시지 한통. <엄마 오른쪽 정강이 아래쪽 부분 뼈가 금이 가서 방금 입원했다.> 놀란 마음에 차를 잠시 세워두고 전화를 걸었다. 집에서 이동하다가 다리를 접질렸는데, 넘어지면서 사고가 난 것이었다. 그래도 뼈가 부러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다음 날 오전 병원에서 재검사를 해보니, 금이 아니라 골절이라고 했고 곧장 수술로 이어졌다. 잘 마무리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

그렇게 나는 수술을 마친 어머니를 5일 만에 마주했다. 나를 보더니 퉁명스러운 말투로 멀리서 왜 왔냐고, 걱정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아들놈을 오랜만에 봐도 좋으신 듯했다. 염려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 보여서 안심했다. 집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아버지 그리고 동생네 식구들과 함께 저녁 식사했다. 그간 있었던 여러 일들을 나누며 술잔을 부딪쳤다. 곧 졸음이 몰려와서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아침이 되어 눈을 떴는데, 주방에서 분주해 보이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마주했다. “뭐하세요?”라고 물었더니, 광주로 돌아갈 나를 위해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신단다. 아버지는 늘 그랬다. 주말이면 항상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했다. 그리고 맛있게 먹는 우리를 보며 즐거워하셨다. 문득, 아버지가 요리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적이 언제였나 스스로 묻는데 잘 기억나지 않았다. 한참을 요리하던 아버지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내가 직접 만든 요리를 니들이 맛있게 먹어줄 때가 참 좋다. 이제는 니들 다 커서 이렇게 요리해줄 수도 없고 마음이 좀 그렇네.”라고 말하셨다.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시집간 동생과 전라도 광주에서 직장 생활하는 아들. 그리고 어머니의 수술로 인한 부재는 아버지를 더욱 허전하게 만들었으리라.

샌드위치를 차에 싣고 광주로 향했다. 중간에 먹을까 했지만, 도착하여 한입 물고 싶었다. <잘 도착했습니다> 메시지 한통 보내드리고 정성스럽게 싼 샌드위치를 입에 넣었다. 여전히, 참 맛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버지처럼 좋은 가장이 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듯했다. 아버지는 한결 같이 성실했고, 지금도 그랬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늘 좋은 때가 되면 우리를 데리고 여행을 다니셨다. 나는 다른 집도 그런 줄 알았다. 날씨가 좋으면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고. 나만큼의 추억은 모두가 새겨져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았다. 나는 어른이 될수록 아버지가 존경스러웠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일상을 우리에게 새겨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을 아버지가 그려졌다. 다시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홀로 남아 있는 나지만, 마음이 뜨거워진다. 더 열심히 살아야지. 그렇게 다짐한다.


소개 영상 https://youtu.be/ah1jXl4M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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