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혼자 책 읽는 시간

오도엽의 <속 시원한 글쓰기>

728x90
BIG

서점을 가면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이 즐비하게 쌓여 있다. 언제부턴가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글로 담아내는, 글쓰기 능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실 나는 글쓰기와 관련해 전공자도 아니다. 학창시절 글을 써서 상을 받아본 적 이력 또한 없다. 글쓰기란 나에게는 낯선 이야기였다.

시간이 흘러, 처음 ‘글을 잘 쓰고 싶다’고 다짐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군 제대 후 자주 들락거렸던 헌책방. 그곳에서 읽었던 한 권의 책 덕분에‘기자’라는 직업을 동경하고 꿈꾸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매일 글에 대한 열망이 가득 찼다. 그날부터 로봇 팔을 내려놓고, 펜을 쥐었다.

의욕은 앞섰지만, 내 생각을 글로 담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무언가 쓰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하얀 빈 종이를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힘이 빠지고 불안해졌다.

그래도 포기하진 않았다. 부끄럽고 민망한 나의 실력을 인정하고 매일 써 내려갔다. 그렇게 빈 종이와 대면한 지 3년이 지났을 무렵, 지방 신문사에서 칼럼을 쓸 수 있을 정도까지 나아졌다. 물론 며칠 밤을 A4용지 한 장과 씨름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나의 칼럼이 우수 기사로 선정되고, 지역 내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글쓰기는 어렵다. 다른 사람에 비해 생각을 정리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어렵게 정리한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과정 또한 한참 걸린다.

그 덕분에 11월에 만난 오도엽 작가는 나를 향해 친절히 다가왔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문학이나 학문, 글쓰기 소리를 들으면 몸에 두드러기가 났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을 다니다 배 만드는 공장의 용접, 도장 노동자가 되었다. 어느 날, 화장실에서 힘을 쓰다가 ‘굵어야 할 것이 있다. 가진 것 없는 몸뚱이 똥발이 굵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벽에 끄적였다. 마음대로 쓴 낙서로 <전태일문학상>을 받았다. 나이 서른에 ‘글 알레르기’를 벗어나 시인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노동자에서 작가로 이어지는 그의 특별한 이력은 글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뭐랄까. 글 속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글을 읽을 때면 나도 모르게 코가 시큼하고 가슴이 먹먹하다.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작가가 마주한 다양한 사람들의 가슴 뜨거운 삶과 목소리를 ‘그대로’ 글 속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화려한 문장을 배우려면 <속 시원한 글쓰기>는 읽을 필요가 없다”고 작가는 말한다. 다른 글쓰기 책에 나오지 않은 이야기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씩씩하게 출현한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누구나 시인이나 작가가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오도엽 작가의 <속 시원한 글쓰기> 핵심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1. 내 멋대로 써라

‘내가 쓰는 게 글이 되겠나?’ 이 생각부터 버리자. 가슴속을 꽉 메우고 있는 이야기를 입에서 터져 나오는 대로 적는 게 글이다. 내가 지금껏 알았던 글에 대한 고정관념을 머리에서 지워야 한다. 누구한테나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가 하나쯤은 있다. ‘나 아니면 누구도 쓸 수 없는 이야기가 내겐 있다.’

 

2. 너 자신을 써라

글이 써지지 않는다고 답답해하지 마라. 자신의 글에 만족을 느끼지 못해 미치지 마라.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적으면, 막혔던 글 보따리가 터진다. 쓸 이야기는 자신의 몸 안에 잔뜩 있다. 진정한 글은 자신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나온다. 그래야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3. 꾸미지 말자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가 뭘까? 내가 행한 그대로, 생각한 그대로, 생긴 그대로, 곧 사실대로 쓰지 않아서다. 좀 더 멋지게 꾸미고 싶은 욕망이 생겨서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니 뭐니 하는 성현들의 멋진 말을 살짝 끼워 넣는다. 착각하지 마시라. 그 순간 당신의 글은 제초제 뿌려진 풀처럼 맥없이 말라갈 테니.

 

4. 거침없이 토해내라

글 쓰는 일이 힘든 까닭은 주저하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말고 써라.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써 내려갈 때, 글맛이 살아난다. 어떤 명문도 거침없이 쓴 글을 따라오지 못한다. ‘거침없다’는 솔직하다는 말이다. 솔직해야 독자의 가슴을 울릴 수 있다. 감동은 기교가 아닌 솔직함에서 비롯된다.

 

5. 말이 글이다

글은 말에서 나왔다. 노래로 흥얼거리던 노랫말이 문자로 따로 떨어져 나와 시가 되었다. 이게 문학의 출발이다. 말을 문자로 바꾼 게 문학이다. 말하듯 글을 써서 우리말과 우리글의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글, 별난 거 아니다. 말이 글이다.

 

6. 삶에 집중하라

글쓰기가 어려운 게 아니다. 쓸 거리가 없어 어려운 법이다. 이때 경험보다 좋은 글쓰기 스승은 없다. 몸에 새겨진 이야기는 머리를 굴려 쓴 글보다 값지다. 몸에 글거리가 생기면 저절로 글이 써진다. 남의 글을 힐긋힐긋 기웃거릴 필요가 없다. 먼저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자신의 목소리를 옮기는 데 충실하면 된다.

 

7. 친해지는 게 먼저다

글을 자꾸 쓴다고 ‘잘’ 써지지 않는다. 공차기도 그렇다. 공만 냅다 발로 찬다고 잘 차는 게 아니다. 모든 일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술이나 기능보다 앞서는 게 있다. 마음이다. 공을 차려는 마음, 글을 쓰려는 마음,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려는 마음이 없으면 어떤 글쓰기 방법도 필요 없다. 글로 친해지고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야 한다.

 

8. 조금 뻔뻔해지자

글은 소통하려고 만들었다. 감추고 있으면 글이 제 생명을 잃는다. 남에게 보이는 일이 쉽지는 않다. 제 속살을 보이는 일과 같은데 어찌 쉽겠는가. 하지만 세상에 드러내야 글쓰기가 왜 즐겁고, 행복한지를 알 수 있다. 글쓰기의 참맛은 소통에 있다. 내가 작가네 시인이네 하며 글을 쓸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이 두꺼운 낯짝의 뻔뻔함 덕이다.

 

글이 써지지 않는다고 답답해하지 마라.

자신의 글에 만족을 느끼지 못해 미치지 마라.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적으면, 막혔던 글 보따리가 터진다.

쓸 이야기는 자신의 몸 안에 잔뜩 있다.

 

728x90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