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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책 읽는 시간

안데르센 동화가 슬픈 이유는? 어렸을 적 읽었던 이야기랑 다르잖아? 토요일 오후, 지인을 기다리며 한적한 카페에 들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앉은 테이블 바로 앞에 즐비하게 놓인 책들이 보였다. 그날따라 동심의 마음이 풍만했던 나는, 그중에서도 가 말을 건네는 듯했다.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게 어때'라고. 대답 대신 책을 펼쳤다. 나는 곧 당황했다. 어렸을 적 읽었던 이야기와 발표 당시의 원작 내용은 사뭇 달랐다. 결말에 대한 부분도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명작들이 나오게 된 배경이 작가의 짝사랑 덕분이었다니. , , 세 작품 모두 안데르센이 마음속으로 동경하던 여성에게 쓴 러브레터였다. 진작 알고 계신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이제야 알았다. 안드레센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많은 여성을 사랑했다. 해.. 더보기
산문집 <유일한 일상> 작가의 말 『유일한 일상』1부 : 유일한 일상 작가의 말 제 이야기를 썼습니다. 일상에서 마주친 장면과 문장, 사람을 썼습니다. 해야 하는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부끄러움도 모르고 썼습니다. 목차를 구상하고, 제목을 짓고, 문장을 다듬다가, 가슴이 서늘해졌습니다. 세상에 나올 책은 어떤 얼굴로 태어나 어떻게 살아갈까. 짐작조차 할 수 없어 때때로 두려웠습니다. '작가의 말'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마음은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글 쓰는 삶과 책 출간까지 이르게 된 계기는 딱 하나였습니다. 제 글을 읽는 독자가 "내 이야기를 써주신 것 같아서, 좋았다."라는 소감을 말할 때였습니다. 무명작가에게 그런 독자는 계속 쓰는 힘과 용기를 줬습니다.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산문.. 더보기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2015년 시월의 어느 날이었다. 슬픈 소설에 자꾸만 손이 갔다. 읽어야 할 것은 산더미인데 나도 모르게 시집으로 손이 갔다. 속삭이듯 찾아오는 가을을 대면하는 내 몸의 익숙한 반응이었다. 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이루고 싶었다. 소설과 시가 적절하게 버무려진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서점 진열대를 두리번거렸다. ‘그런 책이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커질 때쯤, 유쾌한 작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가 쓴 을 발견했다. 행운이었다. 이 작품은 실제 인물이자 남미의 위대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소박한 칠레 민주에게 바치는 헌사이면서도 작품 속에 넘쳐나는 잔잔하면서도 진한 감동, 재치 넘치는 묘사와 대화, 해학적인 성 묘사, 순수함이 빚어낸 일화들이 읽는 독자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더불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 더보기
김영하의 <읽다> 김영하라는 소설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팟캐스트 을 통해서였다. 차분한 목소리로 묵묵히 책을 읽어나가는 그의 방송을 처음 접하며 ‘이렇게도 방송할 수 있구나.’싶었다. 말 그대로 책을 읽는 게 전부였다(작가 소개, 책을 선정하게 된 이유, 작품의 숨은 에피소드들도 때때로 등장한다). 그 ‘용기 있는’방송을 착실하게 들었다. 그리고 방송에서 소개된 여러 책들을 읽어 보기도 했다. 물론 김영하의 소설도 몇 편 읽었다. 카프카 느낌의 몽황적인 문체가 두드러지고 깊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삼문 3부작 , 그리고 를 순차적으로 출간되는 대로 읽어나갔다. 그의 소설이나 산문집은 재미있었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언제나 분주했다. 산문집 마지막 완결작인 는 그가 총 여섯 차례 독서와 관련된 실제 강연의 원고를 합하.. 더보기
오도엽의 <속 시원한 글쓰기> 서점을 가면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이 즐비하게 쌓여 있다. 언제부턴가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글로 담아내는, 글쓰기 능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실 나는 글쓰기와 관련해 전공자도 아니다. 학창시절 글을 써서 상을 받아본 적 이력 또한 없다. 글쓰기란 나에게는 낯선 이야기였다. 시간이 흘러, 처음 ‘글을 잘 쓰고 싶다’고 다짐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군 제대 후 자주 들락거렸던 헌책방. 그곳에서 읽었던 한 권의 책 덕분에‘기자’라는 직업을 동경하고 꿈꾸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매일 글에 대한 열망이 가득 찼다. 그날부터 로봇 팔을 내려놓고, 펜을 쥐었다. 의욕은 앞섰지만, 내 생각을 글로 담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무언가 쓰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하얀 빈 종이를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힘이 빠지고 .. 더보기
<보통의 존재 / 이석원 > 위로해주고 싶었다. 조용히 어깨를 토닥거리며.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서투르고 아팠던 당신의 삶이 조금은 나와 닮아서 마음이 저렸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에세이 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유명한 소설가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한 사람의 일생을 알고자 하는 방법은 실로 다양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정확한 이해는 그의 주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자세히 드려다 보는 것이다.”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그리고 이석원의 라는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 작가의 삶을 알아갈 수 있었다. 읽고 밑줄을 긋고 페이지를 접어가며 부지런히 읽었다. ‘보통의 존재’인 그의 진솔한 글 덕분에 나도 미뤄두기만 했던 일기장을 다시 펼쳤다. 더 자주 쓰고 지금의 순간을 담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더보기
수잔 케인의 <콰이어트> 소녀는 수줍었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극히 꺼려했다. 대신 홀로 사색하는 시간을 보내며 안도감을 느꼈다. 소녀에게 취미이자 휴식은 따뜻한 난로 앞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책을 읽는 시간이었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읽는 그 순간이 그녀에겐 더 없이 소중하고 애틋했다. 시간이 흘러 조용한 책벌레 소녀는 프린스턴과 하버드 법대를 우등생으로 졸업한 후 기업과 대학에서 협상기법을 가르치는 변호사가 되었다. 하지만 내성적인 자신의 성격이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자주 생각했다. 그녀는 궁금했다. ‘왜 세상은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고, 왜 내향적인 사람은 자기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원래의 성격을 감추려 하는 걸까.’ 그녀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분주하게 움직였다. 수년간의 연구와 수많은 사람과의 인.. 더보기
생택쥐페리 <야간 비행>을 읽고 2015년 7월 20일 월요일. 광주 영풍문고. 나는 그곳에서 방황했다. 책을 만지작거리다 제자리에 놓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성실한 남자 직원이 내 곁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뭐 찾으시는 책 있으세요?”라고 물었다. 나는 당황하지 않은 척하며 “아뇨, 제가 찾을게요.”라고 말했다. 방황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서점은 왔는데 읽을 만한 책이 없다. 평소 베스트셀러부터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하게 읽는 내 독서 취향을 고려해 봐도 그날은 심각할 정도로 마음에 차는 책이 없었다. 그냥 갈까하다가 문득 하나의 질문이 머리를 스쳤다. ‘처음 책 한 권을 온전하게 읽었던 적이 언제였던가?’ ‘나의 삶에 있어 책의 원점은?’ 물음과 함께 기억을 더듬었다. 곧 미세한 추억 속에서 한 사람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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