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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해방클럽 언제 문 열어요?" (책방 이야기) 2022년 7월 심야책방 해방클럽의 문을 열었다. 낯선 이들과 한자리에 모였다. 각자 챙겨 온 책을 읽었다. 페이지를 넘기며 시원한 맥주나 커피, 물을 마셨다. 직접 선곡한 음악들이 차례대로 흘러나왔다. 밤 10시가 넘어서는 읽었던 책과 밑줄 그은 문장을 소개했다. 컨디션이 좋거나 반대로 마음이 고단한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도 풀어냈다. "작가님, 해방클럽 언제 문 열어요?" 단골손님 K. 그는 바쁜 일상으로 글쓰기도 게을러졌다는 근황을 전하며 내게 물었다. 반가운 마음을 담아 짧은 안부를 전하며 책방 소식을 알려줬다. 설날이 지나고 돌아오는 금요일에는 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K님 뿐만 아니라 한 번이라도 해방클럽을 방문한 분들은 운영 소식을 종종 묻는다. 가끔 어떤 계기로 책방을 열게 되었는지 .. 더보기
김 과장의 이중생활 (듀얼라이프족, 워케이션) IT기업 엔지니어로 일하는 스물아홉 살의 김 아무개 씨. 그의 직함은 과장이다. 나이에 비해 빠른 진급이었다. 그는 잠깐 기뻤고 내내 힘들었다고 말했다. 진급의 무게와 속도만큼 업무량과 책임이 늘어났다. 다른 사람보다 일찍 출근했고 늦은 자정까지 일했다. 점심때는 식사 대신 수액을 맞았다. 익숙한 일상이었다.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자정이 넘어 퇴근하며 회사 밖을 나가는데 혼잣말이 나왔다. 떠나고 싶다. 오랜만에 듣는 마음의 소리였지만, 더 말할 힘이 없었다. 다시 반복되는 루틴 속에 몇 해가 흘렀다. 그러다 2020년 2월 코로나19를 마주했다. "(당시 심정은) 위기의 연속이었어요. 처음엔 그렇게 받아들였지요." 출근 대신 재택근무로 전환된 시점부터 그는 홀로 사색하는 시간이 생겼다. 잠깐 멈춰서.. 더보기
아흔한 살 '맥도날드 할바생'의 정체 근사한 어른으로 늙고 싶다. 이십 대 내내 외치던 말이다. 소소한 몇몇 기준들이 있지만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맡은 일에 열정을 다하는 사람. 진심으로 가족과 타인을 사랑하는 어른을 꿈꿨다. 크고 작은 실패와 성공, 사랑 그리고 가슴속 깊이 울림을 줬던 문장과 장면들이 모여 지금 나로 서 있다. 여전히 근사한 어른이라기엔 모자란 부분이 많다. 가끔 방향성을 잃을 때면 때에 맞춰 근사한 어른들이 내 시선으로 다가온다. 그런 날이면 하루가 즐겁다. 내게 오늘 아침은 특별했다. 여운을 남기는 어른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1928년생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를 접했다. 일터는 서울 강북구 미아동이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91세 임갑지님. 그는 젊은 고객과 동료.. 더보기
우리에게 취미가 꼭 필요한 이유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정신없이 업무를 보고 어둑해진 저녁 공기를 삼키며 집에 돌아오면 하루가 다 지난 느낌이다. 초등학교 시절 학년이 바뀔 때마다 담임선생님은 우리들의 취미 등을 조사해 교실 뒤 게시판에 붙여뒀던 기억이 난다. 나는 만화책, 컴퓨터 게임 등 좋아하는 것이 많았으나 주로 ‘책 읽기’라고 적어내곤 했다. 취미를 뜻하는 영어단어 ‘Hobby’의 어원을 보면, 아이들이 말을 타는 흉내를 내며 놀기 위해 만들어진 양철이나 나무 모양의 말을 ‘Hobby horse’라고 지칭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사전적 의미로 취미는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니 취미를 ‘놀이처럼 할 수 있고 즐거워야 하는 것’ 정도로 정의해도 되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즐거움’ 또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더보기
다시, 쓰다 2013년 12월의 어느 날, 블로그를 시작했다. 시작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내 청춘의 모든 순간들을 남김없이 기록하고 싶었다. 그리고 글을 잘 쓰고 싶었다. 내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격려가 되는 순간을 고대했다. 머리가 아닌, 뜨거운 가슴으로 꾹꾹 눌러쓴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시간이 제법 흘렀다. 게을렀던 탓에 더 많은 흔적을 남겨두지 못했다. 간혹 힘겹게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곧 쓰고 지우길 반복했다.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조용히 나만 볼 수 있는 비밀글로 한쪽 구석에 남겨뒀다. 생각해보면 글을 전혀 안 썼던 것은 아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뒤, 시선에 잡히는 공허한 빈 종이에 여백 없이 꾹꾹 눌러 담았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설득을 위한 글을 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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