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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모든 것

에세이는 심심한 일상을 열심히 쓰는 것 ( 글쓰기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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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심심한 일상을 열심히 쓰는 것

서울디지털재단 스토리텔러 1기를 위한 스토리텔링 특강 후기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써볼까? 잠깐 (정확히 5초) 고민하다 말았다. 쓰는 삶을 시작하고 한참을 지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오래 생각에 잠긴다고 해서 뾰죡한 수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시간만 흘러갈 뿐. 대단한 작품을 쓰는 소설가도 아닌데, 어깨 힘을 빼고 쓸 수 있는 얘기를 써보자. 그렇게 마음먹었다. 

 

지난해 12월. 나는 서울디지털재단에서 특강을 맡았다. 참여 대상은 재단에서 처음 운영하는 스토리텔러 1기 열두 분이었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하셨다는 그들의 이력을 말하는 담당자는 "대부분 브런치나 블로그를 운영하시고요. 콘텐츠도 꾸준히 생산하시는 분들이에요. 일부는 책을 여러 권 출간한 이력도 있고요."라고 상냥하게 말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열심히 준비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주말에는 해당 분야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아내와 아이에게 열변을 토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보다 훨씬 똑똑하고 책을 좋아하는 세 살 아들은 내 이야기가 지루하면 "아빠, 그건 아니야. 다시!"라고 외쳤다. 내용을 이해하는지는 알 순 없었지만 아내도 비슷한 표정이어서 수정을 거듭했다. 파워포인트와 강연 원고를 열한 번째 수정하며 특강 당일을 맞았다. 

 

특강에 앞서 발대식이나 전반적인 행사 분위기가 아주 진지해서, 여러 드립을 준비했지만 참았다. 적절한 경상도 사투리를 활용했다. 

 

강연을 시작하며 어렸을 적 읽었던 책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에서 작가의 말을 전했다. 

 

“세계는 원자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당시 온전히 뜻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근사해 보였다. 첫 이야기가 '서커스'였는데  글을 읽고 한참을 소리 내어 울었던 적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 경험은 특별했다. 읽는 데 익숙했고, 이야기에 자주 빠졌다. 그래서일까.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공대생에서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었지만, 노력 끝에 언론사에서 일을 시작하고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게 된 사연.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겪었던 숱한 실패와 작은 성공, 취재 경험을 그들에게 소개했다. 고유하고 개별적인 삶을 마주하며 머릿속으로 첫 문장을 짓는 일. 어떤 영화나 소설보다 흥미롭고 매력적인 이야기에 몰입되었던 순간을 말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나의 삶을 기록한다는 것. 

메모와 기록은 삶의 발자취이며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시작해보길 권했다. 메모는 삶을 위한 재료이자 예열 과정이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으니까. 또한, 기록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음성 메모를 자주 활용하는데 순간 '영감'님이 다가오거나 기억하고 싶은 문장과 장면이 있으면 혼자 중얼거린다. 짧게는 10초에서 길게는 5분 정도. 나중에 꼭 써먹는다. 

 

메모광 다산 정약용 선생의 문장도 소개했다. 

"기록하기를 좋아하라. 쉬지 말고 기록하라.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기록하라. 기억은 흐려지고 생각은 사라진다.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

 

둘째, 일상을 수집하는 법. 

글감을 어떻게 모으고 활용하는지와 일상(일기)을 에세이로 만드는 과정을 소개했다. 2014년 첫 독립출판물이자 인터뷰집 <헌책은 꽃보다 아름다워>를 쓰게 된 배경도 말했다. "나는 평생 헌책만 팔아온 사람이라 할 이야기도 없고, 쓸 거리도 없습니다."라고 말하셨던 박희찬 대표와 반년 남짓 인터뷰해 기사와 책을 내고 강연 원고로 활용해 특강도 이뤄냈다. 절대 쓸모없는 이야기는 없다. 내 이야기에 사유를 담아 모두의 이야기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누구나 에세이를 쓸 수 있다. 

 

셋째, 마지막으로 내가 경험한 실전 노하우를 전했다.

전체 흐름을 재구성하고 퇴고하는 법 등이었다. 자료 조사나 데이터를 활용해 글감 획득하는 법, 스토리텔링 능력을 향상하는 일상 속 장면 기록하기도 언급했다. 잠들기 전 하루 중 인상 깊었던 일을 짧게 쓴다. 머릿속에 잊히지 않고 남아있는 이유도 덧붙인다. 이런 장면들이 모이면, 이야기의 출발점이 된다. 주변을 잘 들여다보면 수많은 '진짜'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다. 

 

2023년 팀라이트 달력 8월에는 내가 뽑은 글감 키워드 '이야기'가 등장한다. 

 

내가 쓴 글 '꿈이 후회로 남을 때 사람은 늙는다'를 통해 에세이의 힘과 영향력도 말했다. 강연 때 써먹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이후로 읽게 된 김신회 작가의 책 <심심과 열심>에서는 에세이를 탁월하게 정의한다. 얼마나 무릎을 쳤던지, 멍들었다.

 

 "심심한 일상을 열심히 쓰는 것, 그것이 에세이다."

 

 

 

https://brunch.co.kr/@sbhwriter/610

 

에세이는 심심한 일상을 열심히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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