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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를 말하다

김 과장의 이중생활 (듀얼라이프족, 워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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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 엔지니어로 일하는 스물아홉 살의 김 아무개 씨. 그의 직함은 과장이다. 나이에 비해 빠른 진급이었다. 그는 잠깐 기뻤고 내내 힘들었다고 말했다. 진급의 무게와 속도만큼 업무량과 책임이 늘어났다. 다른 사람보다 일찍 출근했고 늦은 자정까지 일했다. 점심때는 식사 대신 수액을 맞았다. 익숙한 일상이었다.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자정이 넘어 퇴근하며 회사 밖을 나가는데 혼잣말이 나왔다.

 

 

떠나고 싶다.

 

 

오랜만에 듣는 마음의 소리였지만, 더 말할 힘이 없었다. 다시 반복되는 루틴 속에 몇 해가 흘렀다. 그러다 2020년 2월 코로나19를 마주했다. "(당시 심정은) 위기의 연속이었어요. 처음엔 그렇게 받아들였지요." 출근 대신 재택근무로 전환된 시점부터 그는 홀로 사색하는 시간이 생겼다. 잠깐 멈춰서 지난 삶과 앞으로를 그려봤다. "그때 깨달았어요. 위기지만 동시에 기회일 수 있겠다. 오히려 그동안 미뤘던 일들을 실행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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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재 평일 월, 화, 수, 목 4일은 서울에서 일하고 금요일과 주말은 전북 고창의 한 시골 마을에서 생활한다. 본인의 표현을 빌려 '김 과장의 이중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펜데믹으로 근무일수가 줄면서 남은 여백을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하던 중에 내린 결론은 '작은 생활 거점 만들기'였다. 시골 빈집을 찾아 반년이 넘게 돌아다녔고 이내 적당한 곳을 발견했다. 마을은 한적했고 동네 어르신들은 따뜻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모든 것이 생소한 풍경이자 삶이었지만 되려 그래서 더 좋았다고 말했다. "일 중독이었던 저는 늘 여행과 쉼이 그리웠어요." 그렇게 김 과장의 이중생활은 1년이 훌쩍 넘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김 과장과 닮은 청년들이 또 없을까?

 

2020년 8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수도권에 사는 19~39살 미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청년 인구의 지방 이주 선호도 및 지원정책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는 흥미로웠다. '비수도권으로 이주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있다'라는 답변이 58.7%(523명)으로 절반 이상을 넘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유를 묻자 '수도권 생활비, 주거비가 비싸서'(27.2%)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또 '여유롭게 살고 싶어서'(18.2%), '깨끗한 공기 등 생활환경이 좋아서'(16.4%), '대도시의 경쟁적 삶에 회의가 느껴져서'(15.9%)라고 답했다.

 

그 덕분일까. 근무 형태도 재택근무에서 '워케이션'(workcation) 방식의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함께 한다는 의미다. 새롭고 낯선 지역에서의 업무를 통해 효율성 향상은 물론 재충천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워케이션이 코로나19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향수 전 세계적으로 지속해서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 대표 IT 플랫폼 네이버는 강원도 춘천에 있는 연수원과 일본 도코에서 지난 7월 워케이션을 실시했다. 카카오는 격주 단위로 주 4일 일하는 '놀금' 제도를 같은 달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사진 = 지디넷코리아

 

 

다시 김 과장으로 돌아가 보자. 그는 지난달부터 마을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딱히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향후 시골 청년 콘셉트로 유튜브를 개설할 계획이라 함께 배울 겸 시작하게 됐어요." 수업에는 네 명이 참석하는데 모두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수업에 빠졌다. 초등학교 4학년이자 장래 100만 유튜버가 꿈이라는 지우는 "(김 과장) 선생님 덕분에 주말을 더 기다려요. 학교 수업보다 더 재미있어서 큰일이에요."라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일상을 담아내는데 몰입하는 그는 더할 나위 없이 편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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