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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여행

[춘프카의 일상은 모험①] 방향을 잃은 여행만큼 설레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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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yfybUD4a6A

노리플라이 - 낡은 배낭을 메고


우리 가족은 여행을 사랑했다


1년에도 서너 번씩 유랑을 떠났다. 대부분 일주일이 넘어가는 장기 여행이었다. 자주색 94년식 기아 프라이드는 언제나 묵직했다. 트렁크에 물품을 가득 채우고도 부족해 뒷좌석 바닥까지 쌓이곤 했다. 여동생과 나는 두 다리가 붕 떠 있는 기분으로 착석했다. 카세트 테이트 너머 흘러나오는 쿨의 '해변의 여인'을 흥얼거리며 여행의 출발을 실감했다.

아버지는 좋은 선장이셨다. 90년대 후반이었으니 내비게이션은 없었다. 대한민국이 한눈에 보이는 큰 지도를 펼쳐놓고 경유지와 목적지를 능숙하게 체크하는 아버지의 뒷모습은 근사했다. 실제로 운전대를 잡으면 짜놓은 코스에 맞게 정확히 찾아내셨다. 물론 경로를 벗어나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큰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낯선 풍경에 맞추는 쪽이었다. 일찍이 '불멍'(캠핑에서 장작불을 피워 놓고 불꽃의 움직임을 멍하니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일)에도 능숙했다.

여덟 살부터 따라간 여행은 이 십 년이 넘도록 이어졌다. 스물아홉,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집을 떠나기 전까지 늘 함께 했다. 객지생활의 어려움에 대한 걱정보다 함께 떠나는 여행이 멈추는 것 같아 괜스레 그리워졌다. 아버지와 소주잔을 부딪치며 그런 마음을 전했더니, 가볍게 웃으며 "진짜 여행은 이제 시작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인생과 여행은 닮았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지루하지 않다. 흥미롭고 두근거린다. 앞으로 펼쳐질 내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순 없다.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순 없지만 멈추지 않고 걷다 보면 새로운 장면과 인연이 찾아올 것이다.'

방향을 잃은 여행만큼 설레는 것은 없다


여행작가 다카하시 아유무는 말한다. '방향을 잃은 여행만큼 설레는 것은 없다. 방향을 잃어버린 일상만큼 지루한 건 없다.' 수없이 밑줄 그었던 이 문장은 드문드문 내 곁으로 다가왔다. 판단이 흐려지거나 때때로 마음이 고단하거나 무료할 때. 그 외에도 작가의 삶을 똑같이 따라 하고 싶은 충동이 자주 일었다.

그는 고작 스무세 살에 직접 쓴 글을 묶어 자서전을 내겠다며 출판사 문을 두드린다. 호기로웠지만 출판사 관계자의 반응은 비슷했다. "특별하게 이룬 업적이 없어 보인다"거나 "자서전을 출간하기엔 너무 젊다"는 식이었다. 여기서 그는 멈추지 않는다. 직접 출판사를 차려 책을 기어코 낸다. 제목은 <날마다 모험>. 이 책은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큰 방향을 일으켰고,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야기에 빠져 며칠을 앓았다. 그의 삶과 태도를 따라 했다. 매일 쓰던 글쓰기에도 글감이 넘쳤다. 집중하며 바라본 세상과 사람은 모든 영감의 원천이 됐다. 인생과 여행, 글쓰기는 같은 결이라는 것을 그 무렵 실감했다.

그렇기에 '일상의 모험'


2023년 1월부터 여행정보 신문사 '미디어 여행'에 칼럼을 기고하며, 코너명을 춘프카의 '일상은 모험'으로 정했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마주한 장면을 윤색하지 않고 낱낱이 기록할 것이다. 이왕이면 글을 읽고 여행의 충동이 일렁이면 좋겠다. 당장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좋으니까. 지금 이 순간,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잠깐이라도 쉼이었으면 좋겠다. 여행의 목적이 그러하듯이.

2시간 30분 뒤면 전라남도 고흥 녹동항에서 제주도로 출발하는 배에 몸을 싣는다. 예상하지 못했던 짧은 여행이라, 더 귀하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www.mediatrip.kr/news/news_view.php?idx_no=10349

[춘프카의 일상은 모험①]  방향을 잃은 여행만큼 설레는 건은 없다 - 미디어 여행

(사진=춘프카(송보현) 작가) 우리 가족은 여행을 사랑했다 1년에도 서너 번씩 유랑을 떠났다. 대부분 일주일이 넘어가는 장기 여행이었다. 자주색 94년식 기아 프라이드는 언제나 묵직했다. 트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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