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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

넋두리 1. 광주광역시. 이곳에서 생활한 지 1년 하고도 며칠이 흘렀다. 타지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있었지만, 그것이 이토록 빨리 그리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곳에서 시작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말이다.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의 자연스러운 변화. 불안하지만 결코 불안하지 않았다. 매일 매일 여행을 다니는 기분이었다. 분주한 평일을 뒤로하고 조금은 시간적인 여유가 생길 때마다 낯선 여행객처럼 광주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관찰자의 눈으로 본 광주는, 조용하고 따뜻했다. 음식도 맛있었고, 사람들도 좋았다. 정이 흘러 넘쳤다. 2. 더보기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2015년 시월의 어느 날이었다. 슬픈 소설에 자꾸만 손이 갔다. 읽어야 할 것은 산더미인데 나도 모르게 시집으로 손이 갔다. 속삭이듯 찾아오는 가을을 대면하는 내 몸의 익숙한 반응이었다. 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이루고 싶었다. 소설과 시가 적절하게 버무려진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서점 진열대를 두리번거렸다. ‘그런 책이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커질 때쯤, 유쾌한 작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가 쓴 을 발견했다. 행운이었다. 이 작품은 실제 인물이자 남미의 위대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소박한 칠레 민주에게 바치는 헌사이면서도 작품 속에 넘쳐나는 잔잔하면서도 진한 감동, 재치 넘치는 묘사와 대화, 해학적인 성 묘사, 순수함이 빚어낸 일화들이 읽는 독자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더불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 더보기
친구 그리고 '크눌프'를 만나다 그리웠던 친구를 만났다. 서로가 다시 마주하기까지 삼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친구는 여행을 떠나기 전, 빈번히 가던 호프집에서 낮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자유롭고 싶다. 곧 떠날 거다.”그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얼마 뒤 자신보다 더 큰 배낭을 메고 떠났다. 아무런 계획 없이. 오직 자유를 꿈꾸며. 까무잡잡하게 타 있는 친구의 모습에서 여행의 흔적이 엿보였다. 그는 애초에 여행이 이토록 길어질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신 좀 차려!"라며 머리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로 말하는 친구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엄숙해졌다. 그냥 묵묵히 그리웠던 친구의 모습을 찬찬히 살피며 파란만장한 여행담을 흥미롭게 경청했다. 만남은 짧았다. 떨어져.. 더보기
김영하의 <읽다> 김영하라는 소설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팟캐스트 을 통해서였다. 차분한 목소리로 묵묵히 책을 읽어나가는 그의 방송을 처음 접하며 ‘이렇게도 방송할 수 있구나.’싶었다. 말 그대로 책을 읽는 게 전부였다(작가 소개, 책을 선정하게 된 이유, 작품의 숨은 에피소드들도 때때로 등장한다). 그 ‘용기 있는’방송을 착실하게 들었다. 그리고 방송에서 소개된 여러 책들을 읽어 보기도 했다. 물론 김영하의 소설도 몇 편 읽었다. 카프카 느낌의 몽황적인 문체가 두드러지고 깊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삼문 3부작 , 그리고 를 순차적으로 출간되는 대로 읽어나갔다. 그의 소설이나 산문집은 재미있었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언제나 분주했다. 산문집 마지막 완결작인 는 그가 총 여섯 차례 독서와 관련된 실제 강연의 원고를 합하.. 더보기
오도엽의 <속 시원한 글쓰기> 서점을 가면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이 즐비하게 쌓여 있다. 언제부턴가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글로 담아내는, 글쓰기 능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실 나는 글쓰기와 관련해 전공자도 아니다. 학창시절 글을 써서 상을 받아본 적 이력 또한 없다. 글쓰기란 나에게는 낯선 이야기였다. 시간이 흘러, 처음 ‘글을 잘 쓰고 싶다’고 다짐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군 제대 후 자주 들락거렸던 헌책방. 그곳에서 읽었던 한 권의 책 덕분에‘기자’라는 직업을 동경하고 꿈꾸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매일 글에 대한 열망이 가득 찼다. 그날부터 로봇 팔을 내려놓고, 펜을 쥐었다. 의욕은 앞섰지만, 내 생각을 글로 담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무언가 쓰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하얀 빈 종이를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힘이 빠지고 .. 더보기
<보통의 존재 / 이석원 > 위로해주고 싶었다. 조용히 어깨를 토닥거리며.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서투르고 아팠던 당신의 삶이 조금은 나와 닮아서 마음이 저렸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에세이 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유명한 소설가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한 사람의 일생을 알고자 하는 방법은 실로 다양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정확한 이해는 그의 주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자세히 드려다 보는 것이다.”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그리고 이석원의 라는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 작가의 삶을 알아갈 수 있었다. 읽고 밑줄을 긋고 페이지를 접어가며 부지런히 읽었다. ‘보통의 존재’인 그의 진솔한 글 덕분에 나도 미뤄두기만 했던 일기장을 다시 펼쳤다. 더 자주 쓰고 지금의 순간을 담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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